경기도 의정부에 위치한 사패산은 북한산 국립공원 북쪽 끝 쪽에 작은 산인데요. 오랫동안 군사보호지역 내에 있어 원시적인 아름다움이 많이 남아 있고 구석구석 숨겨진 명소가 많다고 합니다.
사패산이라는 이름의 유래는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 왕이 공을 세운 이들에게 토지와 노비 등을 하사할 때 그 소유권을 인정하는 문서를 ‘사패’라고 하는데요. 선조의 여섯째 딸인 정휘옹주가 유정량에게 시집갈 때 선조가 하사한 산이라고 해서 ‘사패산’이라 불립니다.
의정부에서 사패산을 오르는 코스로는 안골, 범골, 회룡골 코스가 있으며 정상까지는 2~3시간 정도면 충분합니다. 오늘은 흰 눈이 내린 사패산의 회룡골의 모습을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일본의 설국의 도시가 부럽지 않은 의정부 회룡굴 설경
회룡사 계곡입구는 북한산 국립공원 탐방소가 시작되는 곳이기도 한데요. 계곡마다 며칠 전 내린 눈이 녹지 않고 그대로 쌓여 있어 제대로 설산의 모습을 보여주더군요. 산 정상과 가까울수록 하얀 빛이 많이 띄고 있습니다.
수령 420 년이 훌쩍 넘은 회화나무도 여전히 건재합니다. 의정부시에서 만든 ‘뜨개옷’을 의정부 보호수들에도 입혀 주면 좋을 것 같아요. 아직 산을 본격적으로 오른 것도 아닌데 계곡에는 하얀 눈이 소복하게 쌓여 있습니다. 정말 “찐” 겨울풍경이네요. 등산객들의 뽀드득 뽀드득 눈 밟는 소리가 참 좋습니다. 계곡물은 꽁꽁 얼어서 하얀 가래떡처럼 늘어져 있습니다. 얼음장 아래로는 졸졸졸 약한 물줄기가 흐릅니다.
작은 다리를 건너면 길은 김구생의 암각화가 있는 석굴암과 회룡사 방향으로 양 갈래로 나누어지는데요. 석굴암은 회룡사의 암자로 두 절 사이는 그리 멀지 않아 한 번에 회룡사와 석굴암을 방문해 볼 것을 추천드립니다.
김구 선생의 친필이라는 암각화가 유명한 석굴암
그동안 석굴암 가는 길이 훨씬 무척 험하다고 해서 석굴암은 가보질 않았었는데요. 직접 가보니 정말 가깝고 험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포장이 잘 된 길이 절까지 이어져서 밋밋하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두 번째 석굴암행에서는 저만의 길을 찾았는데요. 포장도로보다 훨씬 운치가 있고 걷기 편한 길입니다. 포장도로 왼편에 난 계단으로 오르면 무덤 1기가 있는데요. 무덤가에는 이렇게 예쁜 의자도 있어요. 그 옆으로 능선을 따라 작은 오솔길을 따라가면 석굴암이 나옵니다. 아래쪽으로 회룡사도 보이고 흙길이라 무릎도 덜 아프고 직선거리라 훨씬 빠른 것 같아요.
석굴암에 도착하면 마치 키스를 하고 있는 듯 딱 달라붙어 있는 거대한 바위 두 개가 앞을 가로막고 서 있습니다. 두 바위의 벌어진 틈이 그대로 석굴암의 ‘불이문’입니다. 바위가 어쩜 그리 큰 지, 그리고 어떻게 딱 달라붙어 있는지…. 볼 때마다 입이 다물어지지 않습니다. 이런 바위가 있는 것도, 찾아낸 것도 다 신기합니다.
불이문을 지나면 또 커다란 바위들이 서 있는데요. 바위에는 ‘석굴암’, ‘불’, ‘무자 중추 유차 백범 김구’란 글자들이 새겨져 있습니다. ‘무자년 중추에 이곳을 거닐다’라는 뜻인데요. 무자년 즉 1948년에 이곳을 방문했을 때 지역 언론인인 남상도 등에게 글씨를 써 준 글씨를 1949년 3월부터 3개월 동안 새긴 것이라고 합니다.
김구(1876~1949) 선생은 상해로 망명하기 전 전국을 돌며 도피생활을 했는데요. 사패산 석굴암도 잠시 피신해 있던 곳으로 해방 후 임시정부 주석이 되어 귀국한 후에도 가끔씩 들렀다고 합니다.
선생의 글자를 보니 왠지 뭉클하고 웅혼한 기상이 느껴졌는데요. 오늘날 우리가 이렇게 살 수 있는 것은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쳤던 수많은 이름모를 영웅들이 있어서 가능한 것이겠지요.
석굴암은 1900년대 회룡사 주지 순악 비구니스님께서 토굴에서 정진하다 입적하신 후 비구니 복전 스님이 불사를 한 곳입니다.
석굴암 경내에는 도처에 기괴한 거대한 암석과 글자가 새겨진 거석들이 많은데요. 극락전이나 산신각에 오르면 멀리 의정부 시내와 사패산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집니다. 김구 선생도 이러한 막힐 것 없는 풍광이 좋아서 자주 찾았던 것은 아닐까요?
내려올 때에는 포장도로로 내려왔는데, 역시 오솔길만 못 합니다.
얼어버린 세상속에 고요함만 가득한 회룡사
석굴암에서 내려와 이번엔 회룡계곡을 올라 회룡사로 향합니다. 하얀 눈에 뒤덮인 회룡사는 마치 묵언수행을 하는 스님처럼 고요합니다. 회룡사 뒤편으로 하얀 사패산 역시 말없이 서 있습니다. 고즈넉함을 즐기고 싶다면 눈 내린 겨울산이 최고라는 생각이 드네요.
회룡사는 의상대사가 창건한 오래된 사찰입니다. 워낙에 유명한 사찰이라 상세한 설명은 생략할게요.
언제 와도 조용하고 정갈한 사찰이지만 흰 눈이 내린 회룡사는 유난히 정적만이 가득합니다. 눈 내린 회룡사는 마치 이 세상의 절이 아닌 듯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회룡사에는 눈여겨봐야 하는 유물이 있는데요. 신중탱화와 오층 석탑 그리고 석조입니다. 신중탱화는 1883년 수락산 흥국사에서 만든 것이며, 15세기경에 세워진 오층 석탑에는 의상대사의 사리 1과가 모셔져 있으며, 경기 문화재 186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석조는 범종루 아래 있습니다.
날도 춥고 코로나19도 기승이지만 건강을 위해 잠깐잠깐 사람들이 없는 호젓한 곳에 산책을 다녀오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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