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불평등의 개념과 유형
1) 불평등이란 무엇인가
① 평등과 불평등, 차이와 차별
■ 평등(equality)은 권리, 의무, 자격, 조건 등 다양한 사회적 자원들의 분배가 공평하고 동등
한 상태를 의미
■ 평등은 균일(uniformity)이나 균등과 유사하지만 모두가 똑같은 수준을 유지하거나 획일한
상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무엇이 평등한가.”에 대한 가치가 개입되고 늘 사회적 논란이 존재
■ 불평등(unequality)과 차이
- 불평등은 평등의 반대말로 차이를 전제하지만, 차이가 곧 불평등은 아님. ‘차이’는 수평적·
수직적 측면을 모두 포괄하지만 ‘불평등’은 그 중 수직적인 차이와만 연관됨.
- 남/여, 한국인/미국인, 도시인/농촌사람의 분류는 차이에 근거한 것이지만 이것이 바로 불
평등을 의미하지는 않음. 이런 차이에 근거해 이들에게 사회적으로 서로 다른 기회나 조
건이 주어지고 이로 인해 수직적·서열적 차이가 발생하면 불평등이 됨. 이러한 차이를 이
유로 불평등한 기회나 조건을 부여하거나 차별 대우하는 것은 정당한 것이 아님.
■ 불평등과 차별
- 불평등은 차별과 유사하면서도 다른데 사실로 존재하는 수직적·서열적 차이를 불평등이라
한다면 차별(differentiation)은 “특정한 차이에 수직적 구별이나 위계서열을 부과하는 행
위나 상태”를 의미. 따라서 일반적으로 차별이 불평등을 낳는다고 볼 수 있음.
- 차별은 다양한 불평등을 낳을 수 있지만 정신적이고 인격적 차원에서 무시나 멸시에 따른
모멸감을 낳을 수 있어서 차별이 불평등을 포함하는 더 폭넓은 개념임.
■ 지배(domination)는 다른 사람의 의지에 반하여 자신의 의지를 실현하는 것. 억압, 폭력, 강
제, 금지, 유인, 설득, 동의형성, 기만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음. 차별은 일종의
권력 행사로서 사회관계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지배와 유사. 차별은 지배가 이루어지
는 여러 방식 중의 하나.
■ 불평등은 공정하고 정당한 조건에서도 개인이나 집단들 간의 현실적 능력이나 노력의 차이
로 생겨나기도 하는데 이때에는 불공정하고 부당한 것은 아님. 그러나 많은 불평등은 개인들
이나 집단들 각각에 대해 사회적 기회나 조건이 차별적으로 부여되어 생겨나고, 그 결과로
부, 권력, 명예 등 사회적 자원들의 소유에서 수직적 차이, 즉 ‘사회불평등’이 형성됨.
② 자유와 평등
■ 자유(freedom 또는 liberty)는 평등과 대비되기도 하는데, 자유란 외부의 어떤 상황이나 조
건으로부터 아무런 제약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양자는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차원의 것이고, 자유의 대비되는 말은 부자유로, 압박, 억압, 구속, 간섭, 지배 등.
- freedom과 liberty의 차이: freedom이 자연적 상태에서 어떤 제약이나 속박으로부터 벗
어나 있는 상태. liberty는 사회적 권력관계 속에서 억압이나 지배로부터 벗어나 있는 상
태. freedom이 ‘자연적 자유’에 가깝다면 liberty는 ‘사회적 자유’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음.
■ 평등과 자유, 불평등과 부자유는 공존하기도 하고 대립하기도 하는데 이들의 관계는 절대적
인 것이 아니라 사회 조건이나 계급 위치에 따라 다름.
- 예: 중세봉건제는 피지배집단의 자유를 억압하고 불평등을 강요하여 자유와 평등은 저항
의 이중적 목표였음. 반면 자본주의에서는 자유와 평등이 서로 모순적. 시장에서의 자유로
운 계약과 경제활동은 자본의 자유로운 노동 착취를 낳아 계급불평등이 발생함. 여기서
시장의 자유는 자본가계급의 지배를 위한 조건이 되며 자유와 평등은 서로 대립하게 됨.
③ 지배와 불평등의 비교
■ 지배는 권력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수직적 차이나 불평등을 강요하는 행위. 독일어
Herrschaft는 봉건영주(Herr)의 권한과 행위를 가리키던 말. 불평등이 개인이나 집단이 지
니고 있는 속성들의 수직적, 평가적 차이를 말하는 비교적이고 묘사적인 개념이라면 지배는
둘 이상의 사람들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권력행위와 관련된다는 점에서 관계적 개념.
2) 불평등의 유형
① 자연적 불평등과 사회적 불평등
■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등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은 선천적 소질의 차이에 따라 불평등이 발
생한다고 보면서, 타고난 성질과 재능에 따라 각각 다른 지위를 맡아 일하는 것이 마땅하다
고 주장
■ 루소는 불평등을 자연적 불평등과 사회적 혹은 정치적 불평등으로 나누어 봤는데, 전자는 사
람이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나는 불평등의 속성을, 후자는 태어난 이후 후천적으로 만들어
지는 불평등의 속성을 가리키는데 이 둘 사이에 필연적 연관성은 없음
■ 루소, 마르크스, 엥겔스 등 서양 근현대 학자들은 사회적 불평등을 더 중시했고, 자연적 불
평등 역시 사후, 사회에서 평가되고 규정된 것으로 사회가 만들어 낸 것으로 판단. 불평등
발생의 원인으로 분업과 기술의 발달, 사유재산제도의 생성과 발달, 신분제도와 차별, 계급
적 지배-갈등 관계의 생성 및 변화 등을 듦.
■ 예: 자연적인 키나 외모의 차이가 서열화되는 것은 외모에 부여된 사회적 의미 때문.
② 소유 불평등과 기회 불평등
■ 소유 불평등은 돈과 재산을 비롯한 경제적 부나 권력, 명예, 지위, 재능, 미모 등 희소한 자
원을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에 따른 불평등을 말하며, 기회 불평등은 어떤 활동이나 일을 할
권리, 자격, 기회가 차별적으로 주어지는 것을 말함
■ 소유불평등과 기회 불평등은 밀접히 연관되어 있는데, 신분제 사회에서는 소유 불평등은 물
론이고 기회도 평등하게 주어지지 않아 자유주의자들은 기회의 평등을 얻기 위해 투쟁
■ 기회의 평등이 실현된다면 소유의 불평등은 기회를 이용하는 개인 능력이나 노력의 차이에
따른 것으로 특별히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당시에는 판단. 그래서 자유주의자들은 일반적으
로 기회의 평등이 주어지면 소유 불평등은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
■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회의 평등은 현실적인 조건이 불평등한 상태에서 주어지는 것이 대부
분. 소유 불평등이 존재하는 조건에서 기회의 평등이 주어지더라도 동등한 기회를 누리기 힘듦.
■ 자유주의자들이 중시하는 기회의 평등은 형식적으로는 평등하나 실질적으로는 불평등한 경
우가 많음. 때문에 ‘기회의 평등·불평등’은 ‘형식적 평등·불평등’으로 ‘소유의 평등·불평등’은
‘실질적 평등·불평등’으로 구분해서 부르기도 함.
③ 기회 불평등과 과정의 불평등
■ 과거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기회의 불평등은 많이 줄었지만 기회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불
평등이 지속적으로 생겨날 수도 있는데 이를 ‘과정의 불평등’이라 함.
■ 자본주의적 착취가 대표적인 예. 자본가와 노동자는 이미 ‘소유의 불평등’을 안고 출발할 뿐
아니라 노동과정의 착취를 통해 일에 상응하는 대가에 못 미치는 불공정한 분배를 반복적이
고 지속적으로 겪게 됨. 과정의 불평등으로 인해 불공정한 분배가 일상적으로 반복되면 불평
등을 줄일 수 있는 기회를 누릴 수 없게 됨.
■ 자유주의자들은 ‘기회의 평등’이 주어진다면 ‘결과의 불평등’은 정당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사회주의가 무조건적인 결과의 평등을 요구한다고 비판.
→ 사회주의는 무조건적인 결과의 평등을 추구하기 보다는 과정의 불평등을 폐지함으로 정
당하지 않은 결과의 불평등을 줄이려고 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음
■ 자유주의자들의 견해처럼 기회의 평등이 불평등을 줄이기 위한 중요한 원리이지만 자본주의
사회는 소유 불평등이라는 출발선의 차이를 조건으로 함. 또한 ‘과정의 불평등’으로 인해 결
과적인 소유 불평등을 심화시킨다는 점에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평등 실현은 한계를 가짐.
④ 사회 구조적 불평등
■ 불평등의 해결을 추구하려면 불평등의 원인을 분명히 구분해봐야 하는데, 불평등의 원인은
자연적 원인과 사회적 원인으로 구분되고, 자연적 차이가 불평등의 원인이 되는 것은 그 차
이에 사회적인 의미가 차별적으로 부여되고 보상이 차별적으로 주어지기 때문
■ 불평등의 원인이 대체로 사회에 있다고 하더라도 개인적 원인과 사회구조적 원인으로 구분
해 볼 수 있음. 동일한 사회에서 동일한 조건과 기회가 주어진 상황에서 개인들 간의 불평등
이 생기는 것이라면 개인적 능력이나 노력의 차이에 따른 불평등. 이런 조건과 기회자체가
불평등한 것이라면 개인적 원인이 아님. 동일한 일에 대해 동일한 성과를 내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보상의 차이가 있다면 사회적 원인에 의한 불평등.
■ 불평등이 일시적이거나 우연적인 것이 아니라 하나의 사회 규칙이나 제도로서 지속되고 있
는 것이라면 사회구조적 원인.
■ 예: 같은 일을 하고 같은 성과를 내면서도 여성이나 남성이냐, 정규직이냐 비정규직이냐, 한
국인이냐 외국인이냐, 대기업 노동자냐 중소기업 노동자냐, 대졸자냐 고졸자냐에 따라 임금
이 달라진다면 불평등의 원인은 차별을 재생산하는 미시적 혹은 거시적 사회구조에 있음.
⑤ 불평등의 역사적 유형
■ 역사 속에서 거시 사회 구조 불평등은 다양한 생산양식 또는 제도를 통해 지속되어 왔고, 마
르크스는 사유제산제도가 확산되면서 점차 불평등한 사회로 변화해왔다고 주장
■ 고대 노예제 사회의 노예제도는 귀족이나 자유민들이 같은 인간을 노예로 소유하면서 신체
구속이나 강제를 통해 이들의 노동력을 착취
■ 서구중세의 봉건제, 인도의 카스트, 조선시대 반상제 등과 같은 신분제도는 신체 구속이나
강제는 없더라도 규칙이나 규범과 같은 다양한 강제를 통해 높은 신분의 사람들이 낮은 신
분의 사람들을 차별하거나 그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제도. 이런 신분은 세습되어 변동이 거
의 불가능하고 신분들 간 교류도 제한됨.
■ 노예제도와 신분제도에서 부나 권력 등의 자원은 처음부터 사회 지위에 따라 불평등하게 분
배되어 불평등은 사회구조를 통해 재생산.
■ 자본주의 사회의 계급제도는 신분제라는 강제가 사라졌지만 자본의 소유권과 이에 대한 국
가의 법이라는 보호에 기초하여 자본가계급이 노동자 계급의 노동력을 착취할 수 있게 함
■ 자본주의 사회는 대체로 법적·형식적으로 자유로운 계약과 개인적 능력이나 업적에 따른 계
층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계급상승이 매우 제한적임.
■ 자본주의 형성기 이전에 소유하고 있던 재산을 통해 자본을 형성한 사람들이, 노동력을 착취
하면서 자본을 축적하고 이를 통해 시장을 지배함으로써 새로운 자본의 형성과 시장 진입을
어렵게 하며, 노동자 계급은 한정된 임금으로 인해 거대한 부의 축적이 현실상 불가능
3) 불평등의 영역과 상호관계
- 불평등의 다양한 영역
■ 인간 삶의 지속을 위해 물질적 생존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경제적 불평등은 늘 중요
한 관심사. 빈부격차와 관련된 경제적 불평등은 소득불평등, 재산불평등, 생활수준의 불평등
으로 구분할 수 있음
■ 권력자원의 소유와 행사에서의 불평등은 정치 불평등, 권력 불평등
■ 신분, 자격, 명예, 교육기회와 수준, 지식소유 등의 사회·문화적 불평등
- 불평등의 상호관계
■ 쟁점이 되는 것은 경제적 불평등, 정치적 불평등, 사회·문화적 불평등이 서로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 하는 점
■ 유물론 입장: 경제 불평등이 다른 불평등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기초가 된다는 입장
■ 다원론 입장: 각각의 불평등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는 하지만 그 기원은 따로 있다는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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