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다녀온 평화누리길 연천 11코스 임진적벽길은 총 19km의 거리로써 예상 소요 시간은 약 5시간 20분 정도입니다. 그동안 걸어온 다른 코스에 비해서도 짧지 않은 코스의 거리인데요. 게다가 서울에서 출발했을 때 가깝지 않은 시작점인 연천의 위치, 그리고 휴식 및 점심 식사 등 여러 정체 요소를 고려해 보았을 때 아침 일찍 일정을 시작해야 함을 고려하여 계획을 짜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아직은 덥고 습하기 때문에 복장은 가볍고 통풍이 잘되는 옷으로, 신발은 오르막에 편리한 등산화나 트레킹화를 신으시는 것을 추천하며, 늘 그랬듯 약간의 간식 및 충분한 물은 필수적으로 준비하시길 권장해 드립니다.
저는 잠실역까지 가서 3300 버스를 이용하였는데요. 1시간 30분가량 달려 전곡 시외버스 터미널에 하차하여 도보로 6분 정도 이동한 후, 전곡 재래시장 앞에서 58-5번으로 갈아타고 숭의전에 도착하는 코스를 이용하였습니다.
10코스 완주 때 이미 둘러 보았지만, 11코스 트레킹을 위해 다시 방문한 숭의전의 고풍스러운 모습에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지난 10코스 후기 때 살짝 설명드렸지만 10코스의 종점이자 11코스의 시작지점인 숭의전은 조선 전기에 고려 태조 등을 제향하던 사당 터입니다. 아름답게 복원되고 보존된 단청과 기와를 보니 고즈넉한 아름다움이 풍겨나옵니다.
이제는 제법 익숙해져 만나면 반가운 기분마져 드는 평화누리길 아치파고라. 본격적인 도보 시작에 앞서, 잊지 않고 첫 스탬프를 찍고는 평화누리길 도보 앱을 켜서 경로를 확인했습니다. 핸드폰 화면을 가로지는 경로가 가로지르는 푸른 빛의 숲길로 첫 발걸음을 떼봅니다.
전통미가 담긴 홍살문. 능이나 원, 묘나 궁전의 정면에 세우던 붉은 칠을 한 문을 카메라에 담고 본격적으로 완주를 위한 발걸음을 시작해 봅니다.
10코스 때에도 상세히 둘러보았지만, 11코스를 시작하며 다시 한 번 훑어본 숭의전. 깔끔하고 아름답게 복원되고 보존된 아름다운 기와와 단청이 어디에 내놓아도 인정받을 만큼 아름다웠는데요. 정말 소중히 지켜내야 할 우리의 귀중한 문화유산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화재와 함께 소중히 보호되고 있는 아름다운 보호수들. 숭의전의 보호수는 느티나무로, “고려 왕실을 지키는 나무”라고 합니다. 이 느티나무는 조선 문종 2년 왕씨 자손이 심었다고 전해지는데요. 숭의전은 조선시대에 고려 태조, 현종, 문종, 원종의 위패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던 사당이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숭의전 앞에 세워진 이 느티나무가 철따라 웅웅 소리를 내며 울면 비나 눈이 많이 오고, 이 나무에 까치가 모여들면 마을에 경사가 나며, 까마귀가 모여들면 틀림없이 초상이 난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고 하니, 참 신기할 따름입니다. 오래토록 그 자리에서 숭의전을 지키며 서있는 느티나무를 비롯해 기억하고 담아가고 싶은 숭의전 내 풍경들이 한가득이었지만, 다음 여정을 향해 빠르게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숭의전을 나와 당포성으로 가는 길. 내내 보이는 푸른빛으로 마음마저 깨끗해지는 느낌입니다.
한적한 길을 따라 걷는 순간들은, 오로지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어 좋습니다. 일상에서 느끼는 다양한 스트레스로 인한 갑갑함에서 벗어나 나에게 지워진 의무와 책임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순간이야 말로 진정한 힐링의 시간이라고 생각됩니다.
마스크에 가려져 답답했던 호흡… 인적이 드문 산길을 걸으며 푸른 녹음 속에서 깨끗한 공기를 한껏 마시는 시간을 갖습니다.
한적한 길을 걷다 보면 마전리에 도착하게 되는데요. 이 곳의 마을회관에서는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으니 여행객 분들께서 알아 두시면 유용할 것 같습니다.
길가에 피어 있는 형형색색의 코스모스들. 아직까지 더위는 가시지 않았지만, 이글이글 타오르듯끓던 지열이 한 풀 꺾인 것을 느끼니 자연은 어느샌가 가을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평화누리길을 따라 걷다 나오면 어느새 당포성에 도착합니다. 당포성은 당포나루를 흘러 들어오는 당개 샛강과 임진강 본류 사이에 침식 작용으로 형성된 삼각형의 높은 수직 절벽 위 대지의 동쪽 입구를 가로막아 쌓은 석성으로써, 경기도 연천군 미산면에 있는 삼국시대 고구려의 성곽입니다. 사적 제468호로 지정되어있으며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후보지인 한탄강 지질공원에 위치해 있습니다.
유물과 축성술 등으로 유추하여 볼 때 건립시기는 앞서 말했 듯 삼국시대 고구려가 임진강 남쪽의 백제나 신라를 방어하기 위해 최초로 쌓은 것으로 예상되며, 신라가 점령한 후에 개축 북방 세력을 막는 데 전초기지로 사용되었던 것으로 추정 된다고 합니다.
독특한 지형에 독특한 형태로 지어진 만큼 호로고루와 함께 고구려의 국경을 방어하는 중요한 성곽이었을 것으로 유추되는 이유는 임진강을 건너 양주 방면으로 남하하는 적을 방어함에 있어 매우 중요한 위치에 지어져 있기 때문인데요. 나당 전쟁 이후 신라가 진출하여 당포성의 외벽에 석축 벽을 덧붙여서 보강 계속 활용하였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으니 나라의 안전을 위해 온몸으로 외부세력에 대항해 주었음에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시기를 잘 맞춰 방문하면 들판에 토끼풀이 가득 핀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으니, 이 점 참고 부탁 드리며 또한 당포성 동벽 근처에 우뚝 서 있는 나 홀로 나무가 사진 명소로 유명하다고 하니 이 곳에서 기념사진 또한 남기면 좋을 것 같습니다.
물길에 둘러싸여 아름다웠던 당포성 터를 뒤로하고 주상절리로 가는 길. 이번에도 차도가 인접한 길이기 때문에 주의하며 발걸음을 이어갑니다. 풍경이 비슷비슷해 길이 헷갈릴 것 같지만 중간중간 주상절리 방향을 가리키는 표지판이 있어 어렵지 않게 길 찾기가 가능합니다.
한적한 농경지의 풍경. 푸른 논 위를 지나가는 이름 모를 철새의 모습이 도시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만큼 더욱 새롭게 다가옵니다.
날씨 운이 있어 맑은 하늘 아래서 거니는 산책 코스를 따라서 걷는 길에는 이처럼 평화로운 전원 풍경만이 이어집니다.
지루해질 만하면 고개 들어 인사하는 야생화들과도 한 번씩 눈을 마주쳐봅니다. 한참 전원풍경을 따라 걷다 보면 물길이 나오고 한탄강 지
질공원에 거의 다 다랐습니다.
지질공원에 가는 길 입구에는 이렇게 공중 화장실이 있어, 볼일이 급하신 분들은 임진물 새롬랜드 전까지는 화장실이 마땅치 않으니 이 곳에서 들르시길 바랍니다.
주상절리는 화산의 활동으로 생긴 독특한 지형 중 하나인데요. 용암이 흐르며 형성된 지형에 오랫동안 침식과정을 거치며 형성됩니다. 계절에 따라 그 풍경이 달라지기에 1년에 4번, 계절이 바뀔 때마다 방문해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주상절리는 특히나 가을날 단풍이 물들 때면 그 주변이 모두 붉게 물들어 임진적벽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이 곳의 주상절리는 옛 한탄강을 따라 흐르던 용암 중 일부가 임진강 쪽으로 거슬러 올라가 형성되었음을 유추해 볼 수 있는데요. 다른 지역에서 이미 주상절리를 보신 분들은 뭐 특별할 게 있겠나 생각하실 수도 있으시겠지만 대부분의 현무암 주상절리가 바닷가에 나타나는 것과 달리 임진강 주상절리는 강 주변에 형성되어 있어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문 예라고 합니다.
한탄강 국가지질공원은 한탄강과 임진강을 따라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주상절리와 폭포 등 그 규모가 웅장하면서도 아름답게 펼쳐진 현무암 협곡 지역으로 지질명소를 다수 포함하고 있어 볼거리가 아주 많은데요.
시각적으로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높이가 약 25m, 길이는 2km에 달하여 별도로 성벽을 쌓지 않아도 되는 자연 성벽의 역할까지 해주었다고 하니 그 존재가 정말 고맙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신비한 자연환경을 보고 있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며 다시 다음 목적지를 향해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걷는 길 만나는 꽃들은 항상 마음을 즐겁게 하지만, 이렇게 대한민국의 국화인 무궁화를 볼 때면 더욱 마음이 설렙니다. 임진강변을 따라 다시금 쭉 이어지는 주상절리와 너른 하늘.
임진강 주상절리에서 임진물 새롬랜드까지 가는 동안은 이렇듯 하천변을 걷는 길로 약간의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는 흙길이 이어집니다. 풀이 돋아 푹신하기도 하네요. 길 주변엔 아프리카 돼지열병의 확산을 막고자 강변 인근에 철조망을 설치해두었습니다. 멧돼지, 고라니 등 야생동물이 많이 출현한다고 하니 주의하며 길을 걷습니다. 걷다보면 가파른 돌계단이 나오고, 그 위를 올라가면 이후에는 시멘트로 잘 닦여진 뚝방길을 걷게 됩니다.
11코스 시작점에서 5.8km 지점에 위치한 연천 임진물 새롬랜드에 도착했습니다. 본 건물 1층에는 평화누리길에서 무인카페 컨셉으로 운영하는 “느린걸음” 카페가 위치해있습니다. 도보에 지친 도보여행객들이 잠시 들러 에어컨 바람을 쐬며 각종 차나 과자를 구매하여 먹고, 개인이 양심껏 요금함에 돈을 넣는 시스템입니다. 제주 올레길을 걸으며 무인으로 운영되는 민간 카페에 들린 기억이 있는데, 이렇게 평화누리길에서도 무인카페를 만나게 되니, 반가운 마음을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다음에 이용할 사람을 위해서 개인이 먹은 컵과 머문 자리는 깨끗이 치워야겠습니다.
간단히 읽을 책거리와 평화누리길 관련 리플릿이 비치되어 있어 시간을 보내기도 좋았고, DMZ 미술대회 수상작과 평화누리길 사진공모전 수상작을 작게나마 전시하고 있어 한번쯤 들러보실만 합니다. 임진물새롬랜드 바로 옆에는 미산면 우정리 마을에서 직접 운영하는 임진물새롬랜드 오토캠핑장이 위치해있어 도보여행객 중 캠핑을 선호하시는 분들은 해당 시설 사이트를 이용해 보시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다음날 12코스까지 완주하려는 목적이 있기 때문에 11코스 중간쯤 묵을 펜션을 미리 예약해두었습니다. 바로 임진강 해돋이 펜션인데요, 숙소의 위치가 임진물 새롬랜드를 지나는 지점인 11코스의 중간에 위치해 있어 주상절리의 경치를 충분히 감상한 후 묵기 좋은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해돋이 펜션까지 가는 길은 사람 손이 거의 닿지 않는 곳이어서 도시에선 보지 못했던 나비들이나 야생화들이 종종 눈앞에 나타나 신기했습니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임진강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걷는 평화로운 여정… 곳곳마다 야생화가 가득한 아름다운 길, 평화누리길입니다.
강둑으로 이뤄진 해당 코스는 사람은 없지만 간혹 자전거나 차가 종종 다니고, 또한 둑방길 답게 꽃이 피어있는 경사로가 가파르기 때문에 주위를 잘 살펴보며 조심히 걷도록 합니다.
드디어 임진강 해돋이 펜션에 도착했습니다. 저는 숙소에 도착하여 체크인하고 짐을 좀 정돈한 후, 바람은 조금 선선해졌지만 여전히 쨍쨍한 햇볕 아래, 오래 걷느라 지친 몸을 잠시 뉘여봅니다.
숙소에서 바라보는 임진강의 풍경 또한 탁 트인 것이 마음이 절로 시원해지는 것 같습니다. 아직 하루를 마무리하기엔 이른 시간이지만, 다음날 11코스를 마무리하고 12코스까지 가기 위해서는 새벽부터 일어나 다시 출발을 해야 하기에 미리 준비해 온 도시락을 꺼내 이른 저녁식사를 하고 잠을 청해봅니다.
평화누리길 11코스 임진적벽길 위치
◎시점 : 연천군 미산면 아미리 산10
◎종점 : 연천군 군남면 선곡리 산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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