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산책 코스로 제격
뉴스를 보면 방콕 등으로인해 코로나19 이전보다 우울증 환자가 많이 늘었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이 불안해 집안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면서 생긴 현상으로 당분간은 피할 수 없는 우리의 일상생활이 된 것 같습니다.
이런 답답한 일상을 잠시나마 벗어나 인적이 드문 산, 강, 호수, 공원으로 나들이를 떠나는 사람들이 요즘 부쩍 늘어나면서 대중교통 대신 자차를 이용해 목적지로 이동한 후 사람 간 거리를 두고 접촉을 최소화하면서 즐기는 언택트 여행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상봉재 옛길-산성고개 출렁다리-봉수대 코스는 우리가 멀리 이동을 하지 않고도 쉽게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는 도심 속 훌륭한 언택트 나들이 장소랍니다.
1. 로드파크 가로공원 - 상봉재 옛길 - 상당고개 출렁다리 - 상당산성 서남 암문
2. 로드파크 가로공원 - 상봉재 옛길 - 봉수대 - 것대산 활공장
두 코스 모두 그다지 험하지 않은 숲길을 따라 편도 40분 정도면 도달할 수 있어 남녀노소 누구든지 쉽게 이용할 수가 있습니다.
상봉재 옛길
상봉재 옛길은 청주 시내에서 낭성으로 이어진 512번 지방도가 생기기 전까지 미원과 낭성에서 소몰이꾼이나 장을 보기 위해 청주로 오가던 이들이 이용하던 옛 고개의 이름입니다.
상봉이란 지명은 주변에서 가장 높은 산봉우리의 산이란 뜻으로 전국의 산이나 고개에서 흔하게 쓰이던 지명이지요.
2010년 가을에 완공된 산성 제1터널 입구에 로드파크 가로공원(충청북도 청주시 상당구 용정동 산 110)이 있습니다.
명암저수지에서 상행선을 따라 오르다 보면 터널 바로 오른쪽으로 진입로가 있습니다.
이곳 공원에 마련된 주차장(차량 50대 주차가능)에 차를 세우고 산행을 하면 됩니다.
여름내 푸른 녹음이던 공원의 나무 잎들이 어느새 빨갛고, 노랗게 치장을 했습니다.
전망대에 서서 좌측으로 고개를 돌려 봅니다.
것대산 정상 활공장 주변으로 울긋불긋하게 물든 단풍이 파란 가을 하늘과 어울려 늦가을 풍경을 가감 없이 뽐내고 있고, 오른쪽 산 아래론 청주시 동남 방향의 모습이 한눈에 내려다보입니다.
상봉재 옛길은 공원에서 1~3구역 암각선정비를 지나 옹달샘, 서낭당, 그리고 상봉재 정상으로 이어지는 산길로 험하지 않아 일반 성인 걸음으로 넉넉잡아 25분이면 충분히 오를 수가 있습니다.
옛사람들이 오고 가던 상봉재 옛길을 따라가 봅니다.
암각선정비
옛길을 쫓다 보면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인 암각선정비를 만나게 됩니다.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선정비(송덕비)는 돌을 직접 다듬어 비석처럼 세운 것이지만 이곳에서 만나는 7개의 선정비는 자연 바위 돌 위에 비석을 직접 새겨 넣어 그 가치가 한층 돋보인답니다.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길목에 선정비를 세웠던 관례를 비추어 볼 때 이곳 상봉재 옛길 또한 오고 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빈번했던 곳이라는 것을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1구역에 두 개의 암각선정비가 나란히 자리했습니다.
그 옆으로 ‘돌을 던져서 돌이 바위의 작은 틈 사이에 잘 올라앉으면 아들을 낳는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는 '애기바위'도 있고요.
2구역에 3번 암각선정비는 4번 선정비의 녹색울타리 못 미쳐 큰 바윗돌을 밟고 위로 20미터 정도 올라가 왼쪽으로 위치하고 있어 길에서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상봉재 옛길이 산길이라 예전엔 도적들도 많이 출몰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곳에 있는 7개의 선정비는 모두 충청지역의 육군을 총지휘하는 종2품 무관인 충청병사(병마절도사)가 상당산성에 머물며 산성의 운영을 관리 책임졌던 종3품 무관인 병마우후와 같은 고위직 무관의 선정을 기린 비석들입니다.
옹달샘 바로 아래 녹색 울타리 안에 3구역 5, 6, 7번 암각선정비 3개가 있습니다.
앞에서 만나본 4개의 선정비와는 달리 선정비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려주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습니다.
5번은 충청병마우후를 지낸 이의장의 선정을 기려 세운 마애비(돌에 새겼다는 의미로 암각과 같은 뜻)이고, 6번은 충청병사를 지낸 이삼○의 선정비이며 마지막 7번은 충청병사를 지낸 민지열의 선정비로 3개 모두 비면을 다듬고 그 위에 지붕을 가첨석 형태로 양각을 했습니다.
상봉재 옛길에서 만나는 옹달샘은 한 겨울에도 물이 얼지 않는 용천수입니다.
산행을 마친 등산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습니다.
거리두기를 하면서 잠시 기다렸다 물을 바가지에 담아 들이키니 산행으로 젖은 땀이 한순간에 씻겨 내려갑니다.
"옛길 포토존"
옹담샘에서 20여 미터 더 가면 포토존이 있습니다.
산행 길 사진 한 장 추억으로 남기라는 배려이기도 합니다.
이곳은 상봉재를 넘나들던 옛사람들을 수호하던 서낭당이 있던 자리입니다.
서낭당은 주로 동네 어귀나 고갯길에 자리를 잡고 일반 서민들의 애환을 해결해 주던 민간신앙의 상징물입니다.
지금은 서낭당이 없어지고 그 자리에 돌무더기를 쌓아 두었답니다.
상봉재 옛길 고개 정상에서 산행길이 세 갈래로 나누어집니다.
이정표가 있어 길을 잡아 나가는데 그리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산성고개 출렁다리와 상당산성 서남 암문을 가려면 왼쪽으로, 봉수대와 것대산 정상 활공장으로 오르려면 오른쪽으로, 직진을 하면 상당산성 초입 회전교차로가 나옵니다.
산성고개 출렁다리
고개 정상에서 왼쪽 계단을 올라 500여 미터 가면 청주에 하나밖에 없는 산성 고개 출렁다리가 나옵니다.
길이 43미터, 폭1.5미터, 높이 15미터로 그리 길지는 않으나 폭이 좁고 출렁임이 좋아 다리를 건너는 재미가 있습니다.
물론 다리 상판과 난간이 견고하게 되어 있어 안전에는 큰 문제가 없으나 동시에 30인 이상 이용하면 위험하다는 안내판이 있습니다.
출렁다리를 건너 600미터 정도 더 가면 청주의 대표 문화유산인 상당산성의 서남 암문이 나옵니다.
특히 눈 내리는 한 겨울 이곳 성벽의 치성(성벽 바깥으로 성벽의 일부를 덧대어 내밀게 쌓은 것)에서 주변을 둘러보는 경치가 일품이니 첫눈이 내리는 날 산행 길을 재촉하면 후회 없는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것대산 봉수대"
충북문화재자료 제26호 청주 것대산 봉수
상봉재 옛길 정상에서 오른쪽으로 산행 길을 밟아 나가면 봉수대가 나옵니다.
조선 중기 인문지리서인 ‘신증동국여지승람’의 청주목편에 ‘것대산 봉수는 청주 동쪽 11리에 있다.’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남쪽으로 충청북도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소이산과 북쪽으론 충청북도 진천군 소을산과 연계가 되어 있다고 합니다.
물론 출발은 경상남도 남해이고 최종 목적지는 한양 남산의 봉수대로 국토의 중간 거점 봉수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 문화유적지입니다.
올해는 54일간 계속된 여름 장맛비로 봉수대 담장의 일부가 무너져 2020년 9월 18일부터 12월 16일까지 긴급 보수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 출입금지 중입니다.
하지만 사방이 탁 트인 공간이라 주변 산책로에서도 충분히 봉수대를 살펴볼 수 있답니다.
"것대산 정상 활공장"
봉수대에서 50여 미터만 오르면 것대산(484m)정상의 활공장이 나옵니다.
가끔 날씨가 좋은 주말에 청주시에 거주하는 패러글라이딩 동호회 회원들이 이곳 활공장을 찾아 낙하산을 이용해 새처럼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오르는 비행을 하기도 합니다.
이왕에 다 올라온 산행 길 조금 더 발품을 팔아 멋진 풍경 사진 한 장 담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주변 편의시설"
상봉재 옛길의 출발지인 로드파크 가로공원에 주차장(50대 주차가능), 화장실, 흙먼지털이기가 있고, 것대산 봉수대에도 화장실과 주차장(10대 주차가능)이 따로 마련되어 있습니다.
두 곳 모두 동계에도 화장실을 개방하고 있습니다.
봉수대 주차장은 오르는 길이 가파른 오르막길이라 겨울철 눈이 내리면 미끄러워 무척 위험하니 아래쪽 빈 공터에 차를 세우고 걸어서 올라가는 것이 좋습니다.
오늘 소개한 가볍게 산책하며 걷기 좋은 길은 역사와 자연이 함께 숨 쉬는 도심 속 휴식공간입니다.
코로나19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많은 분들이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잘 지키고 사람들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면서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잠시나마 치유의 시간을 가져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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